해삼이란?
우리나라는 물론 식재료로서, 특히 회로 만나는 것이 가장 흔하고 또 쉽습니다. 보통 메인 회가 나오기 전 에피타이저 격으로 많이 나오는데 맛이 좀 씁쓸한 편입니다. 같은 쓴맛을 가진 해물인 멍게보다는 약합니다. 보통 오이 썰듯 가로로 얇게 썰어 제공되며 오돌토돌하고 두툼하며 속이 꽉 찬 식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촉감이 부드럽지도 않고 딱딱하지도 않지요.
정확히 말하면 해삼은 점탄성을 보이기 때문에 처음엔 부드러운데 꾹 누르면 딱딱해집니다. 그래서 씹으면 씹을수록 딱딱해지는 식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많이 먹으면 턱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조그만해졌다가 몇 미터씩 늘어질 수도 있게 하는 세포구조 덕분에 요리할 때 잘 썰지 못하면 칼이 잘 안 들 정도로 몸이 단단해집니다.
씹다 보면 식감 자체는 상당한 진미임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기괴한 외형과 다르게 누린내는 없는 편이며, 비린내도 심하지 않습니다. 횟감의 감초인 초고추장과도 잘 어울립니다. 여러모로 횟집 애피타이저 3종세트 중에선 가장 호불호가 덜 갈리는 맛이죠. 멍게나 굴하곤 비교할수없을 정도로 해산물 초심자가 도전하기 쉽습니다.
잠수하여 채취하며, 회, 볶음, 찜, 탕 등으로 먹으며 '바다의 산삼'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몸에 좋고 생각보다 가격이 비쌉니다. 다만 해삼 중 식용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민둥민둥하고 길쭉한 외형이 똥, 거머리나 벌레를 연상시키기 쉽기에 굉장히 그로테스크하다고 평가받으면서도, 은근히 귀엽다고 생각하는 매니아층도 있는 생물이기도 합니다(!)
촉수가 없는 녀석은 외모가 말 그대로 똥이나 다름 없지만, 나름 촉수가 돋았거나 붉은색이나 핑크색 등의 아름다운 색상을 가진 녀석이라면 해수항에 포인트로 기르기도 한다. 다만, 해삼에겐 독이 있으니 그것은 알고 있어야 합니다.
중국에서는 중요한 고급 식재료로 통합니다. 중화요리에 들어가는 불린 건해삼은 쫀득하고 말캉말캉하며 생해삼과는 식감이 다르고 바다생물을 말려먹을 때 흔히 나는 건어물 냄새가 조금 납니다. 건해삼을 불리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며 물도 갈아주어야 하죠. 생해삼은 물에 넣고 끓이면 쪼라지면서 딱딱해져 먹을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익혀 먹으려면 반드시 불린 건해삼을 써야 합니다. 즉 해삼 요리가 비싼 이유는 해삼이 아주 귀해서라기보다 재료를 준비하는 데 시간과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비싼 것이라고 볼 수 있죠.
일본에서는 해삼 내장이 귀한 식재료인데, 과거 중국에 값진 식재료였던 해삼을 수출하면서 남는 내장을 이용한 요리가 자연스럽게 발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현재는 오히려 일본에서는 내장이 더 귀하고 해삼 자체는 내장보다 귀하지 않을 정도로 주객이 전도된 상태입니다. 내장 자체만을 젓갈로 담근 것을 코노와타(海鼠腸, このわた)라고 부르는데 상당한 진미라고 합니다. 저도 가능하다면 한 번 맛보고 싶기는 해요. 고급 일식집이나 해산물 뷔폐에서 맛볼 수 있습니다. 해삼 산지 인근에서는 해삼 내장을 밥에 비벼먹기도 합니다.
사실 코노와타도 염장해서 정종과 미림과 함께 살짝 발효시키는 정도 이지만 풍미는 코노와타 쪽이 압도적으로 좋습니다. 일본에선 이렇게 해삼 살보단 내장을 더 쳐주기 때문에 시장가에 파는 해삼은 내장을 빼서 파는 경우가 많으며 내장 없는 해삼은 가격도 그렇게 비싸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도 직접 살아있는 해삼을 손질하는 횟집이나 어시장등에서는 '귀한 부위'라면서 손님에게 내장을 따로 챙겨주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신선한 해삼 내장을 생으로 먹으면 특별한 풍미가 별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신비한 해삼
머리와 꼬리를 자르면 복구는 물론이고 머리와 꼬리는 또 다른 해삼이 됩니다. 다만 이건 가을이나 수온이 적당히 낮을 때나 가능하다고 합니다. 여름이나 수온이 높을 때는 그냥 아무것도 아닌게 됩니다 또한 뇌도 없으며, 해삼의 내장은 재생이 가능하고 일부 종은 내장갈이를 합니다. 좀 다른 의미로 도마뱀마냥 내장을 미끼로 버리고 달아나기도 합니다. 또한 말려도 물에 넣으면 돌아오고 반쯤 녹은 해삼을 물에 넣으면 재생하며 내장을 뽑아 버려도 다시 난다고 합니다.
해삼의 육체는 매우 신기하다. 진미이기도 하지만, 죽어 말라 비틀어져도 물만 부으면 원상태로 돌아갑니다. 덕분에 말린 채로 유통이 쉽습니다. 또한 신체 구조가 좀 많이 특이해서 어떠한 형태의 용기에도 적응하는 듯. 긴 막대에 걸쳐놓으면 주먹만 했던 해삼이 몇 미터로 줄처럼 늘어진 걸 볼 수 있습니다. 일단은 계란판 위에 놓으면 계란판 모양이 그대로 찍히는 등의 생물 같은 묵직함은 있습니다.
해삼의 수명은 야생에서 약 5년에서 10년 정도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해삼의 나이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사육이 불가능해서 정확한 수명은 알수없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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