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란 무엇일까
원래는 서민들이 막걸리와 함께 즐기던 생선이었지만, 홍어 특유의 단맛과 감칠맛으로 점점 인지도를 높이더니 지금은 물량이 부족하여 점점 값이 올라 2010년대에 들어 마리 당 40만-130만 원을 호가할 정도로 가격이 엄청 올랐습니다. 특히 흑산도 근처의 참홍어는 아예 급이 다르게 취급을 받습니다.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칠레와 아르헨티나에서 수입을 많이 하는데, 한국에서 먹는 대부분의 홍어가 이 수입산입니다. 한 번에 수천 개에서 수만 개의 알을 낳는 보통의 어류와는 달리 홍어는 한 번에 낳는 알의 수가 상당히 적은편입니다. 홍어는 번식력이 매우 낮은 데다가 치어 남획과 어장의 황폐화, 어장 환경의 변화로 인해 과거에 비해 자원량이 많이 감소했습니다.
현재 한국에서는 흑산도 지역에서 많이 보이는 참홍어와 일반적인 홍어로 구별하고 있습니다. 두 가지는 종이 다른편입니다. 그 외 다양한 이름으로 불렀지만 결국은 참홍어가 아니면 간자미/간재미/갱개미 등 어떤 이름으로 불리든 전부 홍어라고 보시면 됩니다. 간재미와 홍어가 다른 종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유전자 검사 해 본 결과 국내 몇 종이 서식하는 간재미는 홍어의 새끼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국내 몇 종이 서식하는 가오리는 다른 종인데, 새끼 때는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아 간재미로 싸잡아 불리는 일이 많습니다. 국내 그나마 많이 서식하는 노랑가오리는 대가리가 둥그렇고 배 쪽이 노랗기 때문에 홍어와 구별이 쉬운데, 껍질을 벗겨 놓으면 구별이 안 가고, 삭히지 않은 상태에서는 맛도 엄청나게 다르지 않습니다. 광어회와 도다리회 정도 차이? 양념 많이 넣고 회 무침 해 놓으면 맛이 차이가 안납니다. 노랑가오리도 맛있고 귀한 고급 어종이므로 속아 먹는 거 아니니 안심해도 됩니다. 하지만 참홍어만 값이 많이 다른편입니다.
홍어 요리
홍어가 너무 비싸고 풍미가 너무 자극적이라면 대용품이나 입문용으로 가오리를 먹는 것을 권장하는 편입니다. 충청도와 전라도 등 서부 지방에서는 갱개미 또는 간재미라고 하는데홍어에 비해 가오리는 크기가 작고 어획량도 많기 때문에 가격이 쌀 뿐더러 홍어와 근연종이기 때문에 맛도 상당히 비슷한편입니다.
홍어 하면 대부분 삭힌 홍어를 많이 생각할 것입니다. 굳이 생선을 왜 삭혀서 먹냐면, 원래 대부분의 생선인 '경골어류'는 대사과정 중 생성된 요소(尿素)를 배설해 체내 삼투압을 조절하는 반면, 홍어, 가오리, 상어를 포함한 모든 '연골어류'는 요소를 통해 체내에 저장해 두는 방식으로 삼투압을 조절하기 때문에, 내장만 제거하면 암모니아가 없는 다른 생선들과 달리 죽어도 체내에 암모니아가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죽은 뒤 시간이 지나면, 경골어류는 부패하여 독성 물질이 생겨나지만, 연골어류는 체내에 있던 요소가 암모니아로 분해되어 부패가 아닌 발효가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홍어뿐만 아니라 같은 연골어류인 상어 고기도 같은 식으로 발효될 수 있습니다. 이를 이용한 요리가 돔배기입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방치하면 잡균도 번식해서 진짜 상해버릴 수 있습니다. 삭히는 것도 요령이 필요한 것이죠.
홍어회는 글자 그대로 홍어를 잡자마자 그대로 썰어낸 요리이지만, 후술할 삭힌 홍어회 때문에 묻혀버렸습니다. 실제로 회(膾)는 날생선을 썰어서 먹는 음식인데, 절대다수의 사람들은 홍어회라고하면 삭힌 홍어회를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때문에 진짜 홍어회는 홍어생(生)회라든가 생(生) 홍어회 등으로 불리며 홍어회를 홍어회라 부르지 못하는 기구한 운명을 뼈저리게 체감하는 중입니다.
실제로 생(生)홍어회는 삭힌 홍어에 대한 편견을 가진 사람이라도 맛있게 먹을 정도로 맛이 괜찮은 편이라고 합니다.
갓 잡은 생(生)홍어회는 굉장히 찰지면서도 부드러우며 달착지근한 끝맛이 특히 쫄깃한 맛을 선호하는 대다수의 한국인에게 아주 적합한 맛입니다. 찰지면서도 부드럽다는 말이 형용모순으로 들리겠지만, 처음 생(生)홍어횟점의 겉을 둘러싸고 있는 점막 부분은 질기지만, 한 번 부서지고 난 살점은 아무런 저항 없이 부드럽게 씹혀 순식간에 입속에서 녹아버리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저도 이건 정말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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