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어리란 무엇일까
청어에겐 없는 가슴지느러미 아래에 한 줄로 박힌 일곱 개의 검은 점과 떨어지기 쉬운 둥근비늘로 구분할수 있습니다. 초보 어부들의 경우 이걸 헷갈리기도 한다고 하네요. 남해안 청어와도 혼동되는 것 뿐만 아니라 남해안에서는 커다란 멸치와 정어리가 혼용되기도 합니다.
청어목 청어과의 물고기로, 플랑크톤을 주식으로 하며 한국, 일본, 오호츠크해, 동중국해, 대만 등 태평양 서부에 분포하고 있습니다. 등은 어두운 파란색이고, 옆구리와 배는 은빛을 띤 백색인 색상에 모양도 같은 목에 속하는 청어와도 유사하시만 성체의 경우 청어보다는 조금 작은 편에 속합니다.
산란기는 12월에서 6월까지 입니다. 제철은 그 산란기 직전인 가을쯤이 되겠네요.
작은 크기에 비해 몸에 알차게 들어간 단백질과 지방질 때문에 예로부터 수많은 해양생물들의 훌륭한 먹잇감이 되어 왔습니다. 그야말로 바다의 쌀이라고 합니다. 후술한 남아프리카 해안의 경우 주기적으로 이동하는 정어리 무리는 이 해안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의 풍족한 먹잇감이 됩니다.
산란하고자 한류를 따라 남아프리카 동부 해안을 따라 올라오는 정어리 집단 때문에 벌어지는 풍경이 절경이라고 합니다. 이 시기에는 정어리 무리의 이동을 따라서 수많은 포식자들이 몰려드는데, 특히 해류의 흐름이 해안가에 몰려서 정어리 무리가 비교적 얇은 해안가 주변에 몰려 이동할 때 정어리를 포식하는 상어, 돌고래, 바다표범, 가넷, 아프리카펭귄 등을 비롯한 여러 포식자들이 정어리 무리에 한꺼번에 달려들어서 공격을 한다고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역으로 그 포식자들을 먹이로 삼는 백상아리 같은 최상위 포식자들도 끼어들어 사냥하고, 심지어 중간중간에 지나가던 고래들도 몇 마리씩 끼어들어서 한 입에 정어리 수백, 수천 마리를 집어삼키고 사라집니다. 실로 대자연의 만찬이 벌어진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거대한 무리를 형성하여 대규모 이동을 하는 대표적인 어종중 하나로 개체 하나하나가 굉장히 잘 잡아먹히는 허약한 종이니 만큼 포식자들로 부터 최대한 살아남기 위해 무리를 짓고 이동하는데 특히 해류를 따라 산란하기 위해 형성하는 대규모 무리는 그 최대 규모가 km 단위에 이르는 대자연의 스케일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포식자들을 조우하면 보여주는 다채로운 회피기동 역시 장관. 포식자들의 움직임에 맞춰 수천수만 마리가 다채롭게 흩어지고 뭉치는 장면이 정말 그림 그 자체라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정어리 음식
정어리 쌈밥이라는 요리도 있는데 매콤한 양념에 조린 정어리를 상추 같은 쌈 야채에 싸서 먹는 요리입니다. 그런데 여러 어종과 쉽게 혼동되는 정어리 특성상 정어리 쌈이라면서 실제로는 큰멸치가 들어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는 정어리 쌈밥을 주로 해먹는 남해안 여수나 순천 지방에서는 남도 방언으로 정어리와 대멸을 합쳐서 징어리라고 부르기 때문입니다. 이때문에 대멸을 징어리라고 부르거나 그걸 또 표준화한답시고 정어리라고 부르는 바람에 정어리와 대멸 둘다 정어리라 부르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즉, 정어리 쌈밥은 학문적 정의에 따른 생선 분류로 따지면 정어리와 대멸을 싸먹는 쌈밥이라고 봐야하겠죠?
바다의 쌀 답게 정해진 조리법이 없고 아무렇게나 조리해 먹을수 있습니다. 구이부터 시작해 조림, 찌개, 볶아먹고 튀겨먹고 절여서 먹고 햄버거 스테이크로 만들어 먹고 기타 등등 다채로운 조리법의 가짓수를 자랑합니다. 초밥집에서도 전통적인 재료로 정어리 초절임이 자주 나오는 편입니다. 실로 엄청난 범용성. 그리고 한 번에 대량으로 잡아들이는 어종이니만큼 날생선으로 유통하기 보다는 통조림으로 가공해 유통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입니다.
식당 메뉴 등에서 정어리 쌈밥으로 부르는 전남권과 다르게 일부 경상도 남해안 지방 - 남해, 통영 등에서는 정어리와 대멸을 구별해서 부르기 때문에 식당 메뉴에 멸치 쌈밥으로 써놓고 파는 곳도 상당히 많습니다. 물론 대멸말고 진짜로 정어리를 싸먹는 경우도 있죠. 이것을 만화 식객에서 한 에피소드 주제로 다룬 적이 있습니다. 여기서 밝힌 정답은 정어리쌈의 주재료는 멸치라는 것. 학문적 정의가 실제 사회적 명칭을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혼동이라는 점입니다.
일본에서는 정어리살을 떠 초절임을 하거나 배를 갈라 반건조한 걸 구워서 먹는편입니다. 그리고 생으로 잘게 다져서 양념과 야채를 버무린 나메로우로도 먹습니다. 그리고 정어리살을 다져서 완자로 빚은 다음 굽거나 튀기거나, 또는 전골에 넣어 먹는 편이죠. 옛날에는 많이 잡혀서 히카리모노의 일원 중 하나였으나 일본 역시 어떠한 이유로 정어리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비싼 몸이 되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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