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재료는 농어입니다.
사실 많은 곳에서 나오는 재료는 아닌데 흔히 보이지 않는 재료인 만큼 꼭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몸길이는 가장 큰 녀석이 132cm 정도 됩니다. 옆줄은 몸 가운데보다 약간 등쪽에 있으며 꼬리지느러미까지 거의 일직선으로 뻗어 있습니다. 몸의 등 쪽은 푸른색을 띠고있으며 옆줄을 경계로 밝아져서 배 쪽은 은백색을 띠고 있습니다. 어릴 때에는 옆구리와 등지느러미에 작고 검은 점이 많이 흩어져 있었으나, 자라면서 검은 점의 수가 적어집니다.
한국 서해에서 서식하는 농어는 성장한 후에도 비교적 큰 검은 점이 있습니다.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에 뾰족한 가시가 있고, 등지느러미에는 작고 어두운 갈색의 둥근 무늬 두세 개 나타납니다. 몸과 머리는 뒷가장자리에 가시가 있는 빗 모양의 작은 비늘로 덮여있습니다.
우리나라와 대만, 중국, 일본 해역에서 서식합니다. 봄~여름에는 수위가 얕은 바다로 모이고, 가을이 되어 날씨가 쌀쌀해지면 번식을 하고 깊은 바다로 이동합니다. 어린 시절에는 서식하는 환경이 다양한데 담수를 좋아하여 연안이나 강 하구까지 거슬러 올라오기도 합니다. 다만 섬진강의 경우 염화 현상 때문에 농어의 치어 뿐만 아니라 성체 농어까지도 중하류에서 목격되는 경우가 잦아졌습니다.
살이 희며, 어린 고기보다는 성장한 고기일수록 맛이 좋다. 찜,구이.회,지리,탕, 등으로 자주 먹고, 조기어강 중 가장 맛이 좋은 농어목에 속해 고급 요리로 취급받습니다. 맛 자체의 경우 여름이 제철이라고 합니다. 여름에 가장 살이 포동포동하게 오르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저도 오마카세에서 여름에 먹었던 기억이 있네요.
거의 대부분 식용으로 자주 사용되는데 오뉴월에는 농엇국이 최고라는 옛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여름에 많이 잡히는데 6~8월이 제철이지만, 요새는 양식으로도 많이 찾는다고 하네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요리재료로 가장 흔하게 쓰이는 고등어나 횟감으로 잘 쓰는 광어와 숭어에 비해서 흔히 먹는 생선은 아닙니다. 저도 오마카세에서 처음 본 생선이었고, 그건 외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한국에서 농어로 불리는 생선은 일본을 제외하고는 외국에서 그리 선호되는 생선이 아닙니다. 일본을 제외하고, 해외에서는 중국,베트남에서는 잉어과인 백련어, 메기과인 베트남메기등이며 튀김 요리가 주류인 서양에서는 연어, 송어, 대구등이 주류라고 할수 있겠죠. 횟감만 하더라도 아예 연어, 참치가 아니면 안 먹는다고 하며 농어류 생선들은 해외에서 스포츠낚시용으로 많이 쓰이는 편이지만, 식재료 특히 횟감으로 자주 쓰이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해야할 것 같네요.
일본에서는 숙성시켜서 선어회로 먹는 생선들도 한국에서는 대부분 갓 잡았을 때의 사후경직(!)으로 쫄깃쫄깃한 맛으로 먹습니다. 선어회가 활어회보다 인기가 없는 것은 과거 깨끗하게 하지 못한다는 인식 때문이기도 하지만, 선어회는 그 생선의 톡특한 풍미가 살아나는 반면 식감은 물러지기 때문입니다.여기서 오마카세의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죠. 애당초 한국인의 입맛에 맞지 않는게 맞을 수도 있습니다! 살도 물러서 셰프의 실력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생선이기도 하죠
농어가 한국에서 인기가 없는 이유는 일단 식감이 비교적 무르기 때문입니다. 한국인 입맛은 맛 자체보다는 쫄깃쫄깃, 아삭아삭, 바삭바삭한 식감이 있는 음식들을 맛있다고 하는 입맛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죠. 저도 그랬으니까요. 때문에 부드럽고 무른 생선이라든지 알싸한 풍미를 보고 먹는 생선들은 해당 음식맛을 잘 아는 어촌 지역이 아닌한 일반적으로 맛있는 생선으로 인식되기 어렵습니다. 심지어 저렴하고 많이 잡히는 생선이고 제철에는 다랑어에 필적할만한 맛으로 평가되는 대방어조차 한국에서는 사실 그다지 맛있는 횟감으로는 인식되기 어렵습니다. 식감이 무르기 때문에, 그렇지만 저는 농어 사랑합니다.
하지만 잘 처리하여 얼음물 등을 이용해서 사후강직을 극대화시키고 잘 드는 칼로 결대로 잘 썰어내면 표면의 까칠함과 농어 특유의 진득한 치감에 더해져서 상당히 맛이 좋습니다. 선어회는 정말 셰프의 실력이 맛 그대로 인것같아요.
회 '맛'에 민감한 부산,목포,여수 등지에서도 즐겨 먹는 생선입니다. 즉, 상당히 맛있는 생선이라는 이야기죠. 양식 농어는 가격도 비싸지 않으므로 모듬회로 흔히 나옵니다. 수율 자체도 광어엔 못 미쳐도 괜찮은 생선입니다.
반건조로 해서 찜 등으로 먹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열을 가하는 식으로 요리하는데 있어선 맛이 좋은 생선이니 요리해서 드실분들은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대신 흰살생선 특유의 담백한 맛 때문에 붉은살생선 특유의 좀 더 강하고 기름진 맛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안 맞을 수도 있습니다.(저 같은 사람) 이외에 서양에서 하는 것처럼 소근과 레몬 등을 써서 구이를 한다거나, 토막쳐서 스테이크로 해먹을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스테이크로 한번 해먹어보고 싶네요.
아예 가시 제거하고 살을 발라내서 생선까스라던가 더 작게 살을 손질해서 튀김요리를 해도 당연히 맛있습니다. 튀김은 신발을 튀겨도 맛있으니까요. 그리고 애초에 피시 앤 칩스에서 볼 수 있듯이 농어를 비롯한 흰살생선들은 튀김요리하면 괜찮은 편입니다. 생선 자체가 기름기가 많이 없으니까 튀금으로 궁합이 잘 맞는것 같아요.
삼국지연의에서는 조조가 잔치를 열었을 때 찾아온 좌자가 산해진미가 모였는데 송강의 농어로 만든 회가 없다고 말하자 조조는 송강까지는 엄청 먼데 언제 농어를 잡아오냐고 푸념하자 좌자는 연못에서 낚시대를 이용해 농어를 낚아올립니다. 여러 차례 골탕을 먹었던 조조는 '원래 연못에 있던 농어'라고 트집잡지만 좌자는 송강 농어는 아가미가 넷이니까 한 번 확인해보라고 자신만만해 했으며, 실제로 아가미가 넷이라는 사실이 확인되자 조조도 더는 트집을 못 잡았다고 합니다.
삼국지연의의 이야기 외에 농어와 얽힌 고사성어가 하나 있는데, 바로 '오중노회(吳中鱸膾)'라는 고사성어입니다. 이 고사성어에 얽힌 이야기는 대략 이러하다. 중국 동진시대 장한이란 선비가 낙양에서 큰 벼슬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여름날 문득 고향에서 맛봤던 농어회가 생각나 벼슬을 관두고 낙향했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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