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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해산물

제철 음식 14 - 장어

by Cidar 2023.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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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번엔 장어 입니다.

대체로 민물장어와 바닷장어가 있는데 한번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장어는 오마카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료입니다.

스시 코스중에 뒤로 갈 수록 기름진 스시가 나오는 오마카세 특성상, 거의 맨 마지막에 마무리 스시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간장을 기본 베이스로 해서 하는 요리인 만큼 맛은 다들 비슷비슷하다고 하지만, 장어의 부드러움과 안에 들어있는 뼈를 어떻게 처리를 했느냐 하는 부분이 오마카세 업장마다 조금 다를수도 있을 것 같네요.

 

한국에서는 뱀장어가 유명하다 보니 연어처럼 민물과 바다를 오가는 물고기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사실 뱀장어속(Anguilla)과 일부 곰치 종류를 제외한 모든 장어들은 바다에서만 서식합니다. 뱀장어속의 장어들 또한 바다에서 번식하기 때문에 모든 장어들이 바다 생활에 의존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대부분 장어들은 먼 거리를 이동하지 않고 바위의 틈이나 동굴 사이에 숨어 살거나 모래바닥 밑을 기어다니면서 살아갑니다.

 

분류군 명칭에서 볼 수 있듯이 여러 장어들이 뱀처럼 몸이 길고 가늡니다. 크기는 종류마다 달라 정원장어처럼 60cm 정도 되는 작은 장어도 있는가 하면, 가는곰치처럼 4m 가까이 되는 큰 장어도 있습니다. 이것도 먹는지는 모르겠네요. 거의 모든 장어들은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가 길어 꼬리 끝까지 연장된다. 곰치라는 장어는 등지느러미가 머리 위쪽이나 머리 바로 밑에서부터 시작되고 가슴지느러미가 소실된 종이 많습니다.

 

일단 음식점에서 나오는 장어나 시중에서 유통되는 장어는 대부분 척추뼈가 없는 채로 나옵니다. 하지만 장어의 몸통 양 옆을 지탱하는 장어의 잔가시는 거의 남아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유는 작은가시가 미세하게 숨어있어 골라내어 처리하기가 힘들고, 떼다보면 정말 처참하게 형태가 부서져 안 남아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초밥집에서도 가끔가다가 이 장어가시가 눈에 띄거나 눈에는 안 띄어도 먹고 나서 씹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장어가시도 가시인만큼 먹다 걸릴 수 있으니 최대한 꼭꼭 씹거나 감당이 안되면 뱉는 것이 좋습니다. 바로 오마카세 업장에서 장어를 잘 내어놓으시는 이유가 이거죠, 셰프님들이 일일히 다 신경쓰시면서 가시를 눈앞에서 다 빼주시기 때문에!


그나마 장어의 잔가시는 다른 생선의 잔가시에 비하면 가늘고 부드러운 편이어서 꼭꼭 씹으면 어느 정도 뭉개지긴 합니다. 그래도 가시랑 생선살을 같이 먹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이나, 생선 씹을 때 가시가 같이 씹히는 걸 싫어하는 사람들은 장어의 가시 때문에 장어를 별로 안좋아하기도 합니다.

 

스태미너 음식으로 유명하여 예로부터 동양뿐만 아니라 서구권에서도 즐겨먹습니다. 다만 모든 장어류가 식용으로 사용되는 것은 아니고, 장어 중 뱀장어과, 붕장어과, 갯장어과 정도가 식용을 하면 맛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맛이 좋고 쓸모도 많은 생선이라고 볼 수 있으나, 은근히 잔가시를 발라가며 먹기가 불편한 생선이기도 하죠. 살은 부드럽고, 상당히 기름진 편입니다. 그래서 오마카세 에서도 스시 맨 마지막에 나오곤 하죠.

 

하나 팁이 있다면, 장어의 잔가시는 주로 장어의 양쪽 가장자리와 장어를 가로로 썰었을 때 장어 도막의 가운데마디와 양 끝 사이의 두 마디에 주로 몰려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가위나 젓가락으로 이 부분을 손질해서 자세히 살펴보면 작은 잔가시들이 살 마디 안에 숨어있는 걸 볼 수 있으니, 기어이 발라먹고 싶다면 이런 식으로 발라먹어도 좋습니다. 셰프님들이 항상 여기를 핀셋 같은 아이들로 가시를 빼시더라구요.

 

서양권에서는 장어를 어떻게 먹을까요?


영국에서는 푹 삶았다가 굳혀서 젤리처럼 만들어 먹는 음식이 존재합니다. (고깃국 식었을 때 굳는 거 생각하면 됩니다, 우리는 보통 그러면 안먹지만...) 신동엽이 먹고선 표현하길, "수산시장 바닥 고인물에 과자를 떨어뜨린게 아까워서 그거 주워먹을 때 느낌"이라고 했다네요. 저는 먹고 싶지 않아요. 데이비드 베컴이 즐겨먹는 음식이라는 잘못 알려져 있는데, 허준이 이 루머에 낚여서 방송에서 이걸 먹어야 하는 고역을 치렀다. 고든 램지는 이걸 주낙으로 잡아서 부야베스 식으로 해먹는다.   장어젤리는 나름 고급 요리지만 정말 맛없어서 인기가 없다고 합니다. 영국 사람들 또한 장어 젤리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실제로 만들거나 먹어본 사람은 거의 없어서인지, 유명 유튜버인 영국남자는 본인이 영국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이 장어 젤리를 보고는 경악했다고 합니다. 저는 영국 여행가서 구경만 했었는데 정말 먹고 싶지 않게 생겼어요.

 

프랑스에선 와인이나 소금으로 비린내를 없앤 다음 샌드위치로 먹고 독일에선 크림을 넣어서 탕으로 먹고 네덜란드에선 훈제해서 먹습니다. 이들 나라에서는 나름 고급 식재료로 취급받고 있어요. 

그리고 미국 에선 원래 보이는 겉모습 때문에 잡혀도 그냥 놔주거나 했지만 일본인 관광객들이 장어 요리를 선호한다고 해서 팔기 시작했습니다. 장어가 많이 대중화 한 현재에 와선 미국인들도 잘 먹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덕분에 서서히 씨가 마르고 있습니다. 특히 민물장어는 더 많이 찾으니 더 빠른 속도로 개체수가 줄고 있다고 하네요. 산란에 대해 밝혀진 것이 거의 없기 때문에 실장어(새끼 장어)를 잡아서 양식하거나 자연산이거나 둘 중 하나인데 자연산과 실장어의 어획량 모두 줄어들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2013년 과학월간지 뉴턴에서까지 장어가 줄어든다면서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이 물고기가 갈수록 부자들이나 먹을지 모른다는 기사를 쓰기도 했습니다. 결국 2013년부터 유럽산 민물장어의 거래가 금지되었다고 합니다.

 

일본 대표 식문화 중 하나인 돈부리에서도 장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정말 많죠. 싼 덮밥은 돈까스가 있고 비싼 덮밥에서 가장 먼저 생각나는 종류는 장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달콤짭짤한 양념을 바르며 구워낸 장어를 뜨거운 밥 위에 올린 장어덮밥이 장어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으로 알고 있죠. 이 때 덮밥에 들어가는 밥 역시 수분을 잘 흡수하는 묵은 쌀에 장어 뼈 육수로 밥을 지어 장어향을 듬뿍 배어들게 하는 것이 포인트라고 합니다.

 

참고로 초밥집중 에도마에 스타일은 대나뭇잎 위에 삶은 장어를 불로 가열해 데운 뒤 초밥으로 쥐어 달콤짭짤한 소스 쯔메로 발라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오마카세에서도 이방법으로 많이 제공이 되고 있습니다.

장어의 쯔메소스가 강렬한 단맛과 진한 맛으로 보통 마무리 일품이나 마무리 이전에 내놓는 일품으로써 내놓는데 그 이유는 장어 초밥을 먹고나면 혀의 미뢰가 마비되어 담백한 생선 맛을 일시적으로 못 느끼게 된다고 하네요. 양념장의 향이 지배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생선 비린내를 잡는 데 선수인 와사비는 별로 맛을 못 내고, 대신 향을 더하기 위해 산초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고급 스시야에서 간혹 초반에 장어를 주는 경우는 장어 본질의 맛을 살린 하얀 장어(白うなぎ)를 내놓는데 이는 와사비를 살짝 바르고 위에 천일염이나 핑크솔트와 같은 고급 소금을 살짝 가미한 초밥으로 내놓기도 합니다. 저도 공부하다 보니 이 스시가 정말 먹어보고 싶었습니다.

일본에서 일부 손님들도 쯔메가 장어 맛을 망친다며 쯔메를 바르지 말아달라고 요청하는 손님도 간혹 있다고 할 정도라고 합니다.

여름철에 한국 사람들이 삼계탕을 찾는 것처럼 일본인들은 여름 보양식으로 주로 장어를 선호합니다. 전세께 어디를 가든 보양식으로는 손꼽는 재료가 장어입니다. 하지만 옛날에는 현재의 장어처럼 고급식재료 취급을 받지는 않았으며 조리법도 달라서 그냥 양념을 바르지 않은 꼬치구이로 해 먹는 정도였고 주로 먹는 것도 돈이 없는 서민들이이었습니다. 조리법이 정착되어 있지 않아서 장어의 독특한 풍미를 살릴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에도시대가 되어 에도만을 간척하면서 장어가 대량으로 잡히면서 조리법이 차츰 발전하고 상류층에도 퍼져나가게 되어 오늘날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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